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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2. 18. 02:52

니컬러스 크롱크, <인간 볼테르>를 읽고

볼테르(1694~1778)는 프랑스혁명이 있기 10여년 전에 죽었으나, 혁명 이후 팡테옹 국립묘지에 안장되어 프랑스 혁명의 상징이 되었다. 볼테르가 귀족들과 잘 어울렸고 계몽 군주들과의 서신 교환에 열심이었으며 광신적 열정을 혐오했다는 것을 떠올리면 그가 오늘날 혁명의 상징이 된 것은 아이러니다. 그러나 볼테르는 일평생 자기 자신의 삶을 연출하여 ‘대중’ 앞에 내 보이는 ‘공연 같은 삶’을 살았다는 점에서 이런 ‘오해’를 싫어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생전에도 ‘항상 자신이 무대 위에 있다는 자각 속에서 살았다’. 이것은 볼테르가 일생에 걸쳐 남긴 방대한 저술의 장르적 다양성만큼이나 후대인들로 하여금 그가 정확히 어떤 인물이었는지 알기 어렵게 한다. 저자는 볼테르의 다면적인 생애를 중심으로 볼테르와 ..

2022. 2. 14. 05:52

수나우라 테일러, <짐을 끄는 짐승들>을 읽고

장애학은 손상(impairment)과 장애(disability)를 구별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손상이 임상적, 의료적 개념이라면, 장애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개념이다. 장애학에서 장애란 치료되고 교정되어야 할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고, 실천적으로 극복되어야 할 ‘사회적 구성물’이다. 여기서부터 장애학은 이미 다른 어떤 정치철학의 전통보다도 더 파격적이다. 장애학은 담론이나 이데올로기의 차원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생물학(몸)을 극복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것(몸)’과 ‘정치적인 것’의 경계를 해체할 것을 요구하는 페미니즘의 정치학은 ‘장애학’의 수준에 이르러야 진정으로 그 급진적 면모를 다 드러내는 셈이다. 페미니즘이 자신의 논리의 일관성을 지킨다면 반드시 장애학으로 귀결되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