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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2. 8. 12:50

사회과학은 과거를 재현할 수 있는가? : 로드니 스타크, <기독교의 발흥>을 읽고

사회과학은 과거를 재현할 수 있는가? : 로드니 스타크, 을 읽고 1. 들어가며 3세기 후반 급격한 기독교의 성장은 서양 고대사의 중대한 미스터리 중 하나다. 변방의 미약한 ‘예수운동’은 어떻게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될 수 있었는가? 신앙인들은 거의 불가해한 수준의 이 ‘기적적인’ 도약을 그 자체로 기독교적 진리의 현현(顯現)이라고 보거나 예수 부활 사건의 간접증거로 삼는다. 신약성서의 사도행전은 이 미스터리에 대한 최초의 문학적‧신학적 대답이기도 하다. 교회사가들 역시 기독교로의 ‘대규모 개종’ 원인을 기독교 교리의 우월성이나 순교 사역의 진실성에서 찾는 등 신학적인 설명 이상을 제공하지 못한다. ‘기독교 발흥’의 전후 사정이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것은, 기독교가 인류 역사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

2023. 1. 18. 04:53

이시윤, <하버마스 스캔들>을 읽고

한국 인문사회과학계의 하버마스 수용 ‘실패’에 대한 지식사회학적 분석을 담은 (엄청나게 재미있는) 책이다.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인데, 지도교수인 김경만의 『글로벌 지식장과 상징폭력』에서 다소 신경질적(?)으로 제기되었던 문제의식을 체계적으로 이론화하고 본격화한 것으로 읽힌다. 개인적으로는 무협지 읽듯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현역으로 활동 중인 국내의 철학자‧사회학자들의 실명이 난무하는 뒷부분의 분석도 인상적이지만, 앞부분에 이론적 틀로서 제시된 부르디외의 ‘장 이론’에 대한 명료한 설명도 유익하다. 어째서 한국에는 ‘자생적 이론’이나 ’독자적 학파‧사상’이 없는가? 이 물음에 대해 지금까지 제출되어온 학계 자신의 설명은 내인론과 외인론으로 양분된다. 내인론은 학자들이 한국사회만의 문..

2022. 3. 18. 15:55

환경사회학 개론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환경사회학』(찰스 하퍼)에 기초하여 작성) 1. 환경사회학이란 무엇인가 ‘환경사회학’을 정의하기 위해선 먼저 근대적인 ‘자연과 문화의 이분법’에 대해 재사유해야 한다. 근대인은 사회문화현상과 자연현상을 분리해서 사고하는데 익숙하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문화-사회제도-사회구조-사회연결망 등과 같은, 자연환경으로부터 독립적인 ‘문화영역’을 향유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자연환경의 영향에 종속된 존재가 아니라는 사고방식이다. 고전사회학 자체도 생물학적 결정론(biological determinism)을 배격하면서 발달한 바 있다. 고전사회학이 등장한 것이 산업사회의 태동과 시기적으로 겹치는 것은 우연이 아닌데, 고전사회학이 전제하고 있는 ‘근대적 이분법’은 곧 초기 산업사회의 지배적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