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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3. 6. 00:53

미중 전략경쟁의 본질과 향후 전망

미중 전략경쟁의 본질과 향후 전망: 케빈 러드, 을 읽고 1. 들어가며: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중국 전문가이자 호주 총리 출신인 케빈 러드가 쓴 미중전략경쟁에 대한 백과사전 같은 책이다. 이슈 특성상 시의성이 짙어서 5년 뒤, 10년 뒤에는 완전히 무용한 자료가 될 수도 있지만, 그래서 더더욱 지금 당장 읽어봐야 하는 책이다. 미중관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총망라하고 있다. 저자는 모든 장을 구체적인 사례들로 채우면서도 이를 능숙하게 압축 요약하고 있다. 책 자체가 이미 실용적인 요약서이기 때문에 굳이 책의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정리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미중전략경쟁의 의미와 ‘중국 문제’를 바라보는 자세에 대해 떠올린 바를 간단히 정리해보려고 한다. 중국 문제를 바라볼 때는 양..

2024. 2. 1. 20:11

외교협상과 민족주의: <북일 교섭 30년>을 읽고

외교협상과 민족주의: 을 읽고 1. 고이즈미의 방북은 일본 외교의 ‘일탈’이었나 북한위협에 대한 억지를 주목적으로 했던 한미동맹과 달리 미일동맹은 그 출발부터 동북아질서 안정이라는 지역 수준의 전략적 목표 하에서 결성된 것이었다. 따라서 한미동맹이 한국의 국내정치와 정부 별 대북정책 기조에 따라 비교적 탄력적으로 운용되어온 것에 비해 미일동맹은 미국의 대전략에 종속되어 대체로 일관성 있게 운용되어 왔다. 미국 동북아 전략의 중심은 언제나 미일동맹이 차지해왔고, 한미동맹은 그 하위파트너에 불과했다. 미일동맹은 1951년 체결 이후 세 번(1978년, 1997년, 2015년)에 걸쳐 ‘안보 가이드라인(방위협력지침)’ 개정을 거치며 꾸준히 강화되고 발전(확장)해 왔다. 최근의 주목할만한 변화는 ‘아시아-태평양..

2023. 8. 18. 06:23

정의길, <유대인, 발명된 신화>를 읽고

한겨레신문 국제부 정의길 기자의 세 번째 책이다. 이제 보니 정의길 기자의 책을 모두 읽었다(, ). 그런데 그의 책들은, 저자의 박학다식함에도 불구하고, 읽을 때마다 묘하게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예를 들어 (벌써 읽은 지 시간이 꽤 지났지만) 중동문제를 다룬 정의길의 은, 같은 언론인 출신인 박정욱 PD의 보다 훨씬 잘 안 읽혔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왜 그런지 생각해봤는데 문단과 문단, 장과 장, 나아가 책의 전체 구성이 유기적이지 않고 단순 나열식에 가까워서 그런 듯하다. 좀 심하게 말하면, 책 전체가 특집 기사들의 단순 모음집 같다. 이런 방식은 진행자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거나 해당 주제에 대해 ‘썰을 푸는’ 포맷의 대담 프로그램에는 잘 어울리지만(실제로 저자가 각종 영상매체에 출연..

2022. 12. 24. 21:31

훙호펑, <차이나 붐>을 읽고

1. 총평 중국 정치경제 관련서 중 가장 종합적이다. 1부는 비교 역사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중국 자본주의의 기원을 거시적으로 조망하고, 2부는 이코노미스트적인 감각으로 중국 경제의 미래를 전망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저자는 중국식 성장모델이 세계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미국에 맞서 새로운 ‘보편’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신화를 공박하고자 한다. 2. 중국에서 자본의 장기적 부상 중국 경제사 서술이 흔히 마오 집권기의 사회주의적 계획경제(1949~1978)와 덩샤오핑 집권기의 자본주의적 전환(1978~) 사이에 극적인 단절을 설정하는 것에 반하여, 저자의 비교 역사사회학은 두 시기가 거시적으로 ‘자본의 장기적 부상’이라는 측면에서 연속적임을 보여준다. 17-18세기 중국의 상업적 번영이 19세기 유럽과 같은 자본주의..

2022. 8. 26. 06:52

안병진,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 바이든 시대 미국 정치

저자는 기후위기와 포퓰리즘 및 새로운 세대(MZ)의 부상으로 인한 ‘뉴노멀’ 시대에는 과거와 같은 구도로 미국정치를 해설할 수 없음을 먼저 지적한다. ‘진보적인’ 민주당과 ‘보수적인’ 공화당으로 양분된 미국의 정치구도에 대한 기존의 설명 틀은 이른바 ‘유권자 재편성론(Voter Realignment theory)’이었다. 중대선거를 계기로 유권자분포가 재구성되면서 정당체계도 바뀐다는 이 설명은, 루즈벨트 당선을 계기로 미국 민주당이 지금과 같은 진보적인 정당으로 변모한 사실을 적절하게 설명한다. 그렇지만 ‘혼돈의 시대’인 지금은 다른 설명이 요구된다. 기후위기로 인해 화석연료에 의지하던 자본주의는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유지되기 어려울 전망이고, 포퓰리즘 세력의 등장으로 의회 민주주의가 위협받기 시작하면서..

2021. 12. 23. 17:23

중동 문제 완전정복

(이 글은 박정욱의 『중동은 왜 싸우는가?』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음) 중동은 세계사 공부를 할 때 섭렵하기 가장 난감한 ‘최고난이도’의 지역이 아닌가 싶다. 역사 자체가 길고,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이 한 두 군데가 아니며, 등장하는 민족도 여럿이다. 게다가 그들의 주된 이념인 이슬람주의는 보통의 한국인에게는 낯설기 짝이 없다. 흔히 언론이 중동 관련 뉴스를 다루면서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에 대해 설명해주겠다고 무려(!) 그 시작인 4대 칼리프의 계승 문제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문제는 그것만 다루고 갑자기 오늘의 중동 뉴스로 점프한다는 것), 이는 사실 난센스다. 수니파와 시아파가 갈라진 것이 지금으로부터 1300여년 전인 것은 맞지만, 현재 중동이 겪고 있는 고통의 역사적 기원을 이해하는 것이 공부의..

2021. 12. 23. 17:05

홍콩 민주화 운동의 바람직한 방향

90년대 왕가위 영화의 묵시록적인 분위기는 어디서 온 것인가? 그것은 1989년 중국 본토의 천안문 학살을 목도한 홍콩시민들이 느꼈던, 자신들이 그와 같은 야만적인 체제에 편입되게 될 ‘8년 뒤’에 대한 불안과 체념의 반영이다. 천안문 사건 이후 많은 홍콩 시민들은 영국, 미국, 캐나다 등 서방국가로 ‘탈출’을 감행했지만, 그럴 여력이 없었던 이들은 홍콩에 남아있어야 했다. 왕가위의 90년대 영화들의 근저에는 이들 잔류자들의 ‘자포자기의 정서’가 놓여있다. 홍콩의 정서는 아이러니 그 자체이다. ‘홍콩 정체성’은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친중과 친서방을 진동하며 성립되었다. 홍콩의 역사는 1840년 아편전쟁으로부터 시작한다. 아편전쟁의 결과 홍콩은 제국주의 영국의 손에 넘어갔고, 그 후 1997년 반환까지..

2021. 12. 23. 16:50

길윤형, <아베는 누구인가>: 일본의 국내정치와 대외정책

한겨레 도쿄특파원을 지낸 길윤형 기자가 쓴 일본정치 관련 책이다. 아베의 정치적 입장을 그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의 사상과 연관지어 설명하고, 아베의 등장을 일본 정치 내부의 동학에 따른 결과로 파악한다. 1) 아베의 사상적 기원: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기시 노부스케는 유년 시절 요시다 쇼인을 비롯한 ‘메이지 지사들’과 2. 26 쿠데타의 설계자인 기타 잇키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에서 ‘엘리트에 의한 영도’에 대해 강한 소신을 갖게 된다. 기시는 만주국에서 산업정책을 총괄했고, 태평양 전쟁 때는 대일본제국의 군수차관을 지냈다(“무관의 최고 책임자가 도조였다면, 문관의 최고 책임자는 기시였다”). 이 일로 기시는 A급 전범 ‘의혹’을 받아 스가모 형무소에서 3년간 복역하고 정계에 복귀한다. 그가 반공사상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