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쓰레기 대란이 온다

그린빌리지에 기고한 네번재 글은 최병성의 <일급 경고>에 대한 서평이다.

쓰레기를 줄이자는 관성적인 구호는 많이 들어봤지만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파고들어본 적은 없었던 듯하다. 책 자체는 약간의 허술함이 있었지만 새로운 정보가 많이 들어있어서 한국적인 맥락에서의 '쓰레기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을 갖추는데 도움이 되었다.

쓰레기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을 개인의 미시적인 생활 에티켓(?)의 차원이 아니라 보다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차원에서 모색하기 위한 핵심 연결고리는 '건설폐기물'과 '토건 세력'이다. 우리가 아무리 일상생활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을 많이 해도(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재건축 한 번할 때 발생하는 건설폐기물의 양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온갖 건설사업에 뛰어들면서 겉으로는 친환경 운운하며 원자력 발전이나 고형폐기물 연료(SRF) 같은 '그린 워싱'에 열중하는 것은 위선적이다.

쓰레기 대란이 온다

(최병성, 『일급 경고』 서평)

그 많은 쓰레기는 다 어디로 가는가?

폐기물관리법은 폐기물을 ‘사람의 생활이나 사업활동에 필요하지 아니하게 된 물질로서 쓰레기, 연소재, 오니, 폐유, 폐산, 폐알칼리, 동물의 사체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i] 폐기물은 다시 생활폐기물과 사업폐기물로 분류되고, 사업폐기물에는 건설폐기물이 포함된다.

생활폐기물은 문자 그대로 인간이 먹고, 자고, 입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리에게 친숙한 의미의 ‘쓰레기’로, 아파트 등 주거 단지에 설치되어 있는 공용쓰레기장의 모습을 떠올리면 그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폐기물 수거업체는 생활폐기물을 ‘폐지, 헌 옷, 폐비닐, 폐플라스틱, 빈 병, 고철, 폐스티로폼 등 크게 7가지’[ii]로 분류하여 수거 후 처리한다. 폐기물 수거업체는 물류업체용 골판지(택배 상자들을 떠올려보라)로 재활용이 가능한 폐지를 제지업체에 판매하여 이윤을 남긴다. 폐비닐, 폐플라스틱, 폐스티로폼은 오히려 처리비용이 들기 때문에, 폐기물 수거업체는 지금까지 ‘폐지에서 남는 이익을 통해 폐플라스틱과 폐비닐 등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감당’[iii]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다.

그런데 2008년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조치로 인해 국내에 폐지가 과잉 공급되면서 폐지 값이 폭락했고, 폐기물 수거업체의 이윤구조가 크게 흔들리게 되었다. 수도권에서는 폐기물 수거업체가 이윤이 남지 않는 폐플라스틱, 폐비닐류에 대한 수거를 거부하는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쓰레기가 주민들의 생활공간 근처에 대책 없이 쌓이는 ‘쓰레기 대란’을 피하기 위해 2018년부터 경기도의 몇몇 지자체는 업체는 이윤이 남는 폐지, 헌 옷, 고철, 빈 병만 수거해가고,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은 지자체가 자체 수거 및 처리하는 것으로 정책을 바꿔야 했다.

수도권에서 수거된 쓰레기는 ‘수도권매립장’에 매립된다. 제1, 2 매립장은 매립량이 한계에 도달해서 매립이 종료되었고, 현재 운영 중인 제3 매립장은 늘어나는 폐기물의 양으로 인해 2025년 이전에 매립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립장의 수명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기 위해 수도권매립지공사는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매립지에 들어오는 쓰레기의 총량을 제한하는 ‘반입총량제’를 실시하기 시작했지만, 이는 그야말로 임시방편일 뿐이다. 매립방식은 ‘물리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새로운 매립지를 조성할 시간은 3년도 채 남지 않았는데, 지자체끼리는 ‘폭탄 돌리기’만 하며 입지선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쓰레기는 태우거나 땅에 묻어서 ‘처리’해야 한다. 그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쓰레기들은 국경을 넘나들며 국제적인 쓰레기 수출입 파동을 일으키거나, 무단 투기 되어 치명적인 환경오염을 야기할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지난 3년간 생활폐기물의 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쓰레기 매립장의 수명연한은 얼마 남지 않았고, 폐기물 수거업체의 재무 사정도 점점 악화되고 있다. 제2의 쓰레기 대란은 ‘정해진 미래’다.

 

어떤 재활용인가?

수거된 쓰레기들은 고형연료(SRF)로 변신해서 ‘신재생에너지’로 둔갑하기도 한다. ‘고형폐기물연료’란 생활폐기물, 폐합성수지류, 폐고무류 등 가연성 폐기물을 압축하여 만든 ‘쓰레기 땔감’으로, ‘연료’로 취급되어 화력발전소와 시멘트 공장에서 사용된다. 이명박 정부는 정부 차원에서 이 고형폐기물연료의 사용을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적극 권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SRF의 본질은 ‘쓰레기 소각’이다.

( 고형폐기물연료 SRF의 실제 모습)

 

고형폐기물연료를 비롯한 가연성 폐기물들은 매립되는 대신 특히 시멘트 제조를 위한 ‘땔감’으로 사용되어 건축물의 유해성을 높인다. 가연성 폐기물에 포함되어 있는 각종 중금속과 유해물질들이 시멘트 ‘소성로’에 투입되어 연료로 사용되면, 만들어진 시멘트도 유해물질 함량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쓰레기 소각 시 발생하는 각종 오염물질도 고스란히 배출된다. ‘폐기물 재활용’이라는 명분으로 시멘트 공장이 쓰레기 소각장 역할도 겸하고 있는 셈이다. ‘재활용’의 전제조건은 그것이 인간과 자연에 유해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SRF는 ‘재활용’과 ‘친환경’의 탈을 썼지만, 오히려 인간과 환경에 해악을 끼치는 대표적인 ‘그린 워싱’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재활용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감량’과 ‘재사용’이다.[iv] 재활용만이 강조되다 보면 소비자들은 ‘많이 쓰고 그만큼 전부 재활용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무분별한 소비를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SRF와 같이 ‘재활용’을 내세우지만, 오히려 환경오염을 가속화하는 기만적인 ‘그린 워싱’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건설폐기물 재활용이 관건

우리나라의 전체 폐기물 중 절반가량은 ‘주택과 아파트 공사, 도로와 상하수도 공사, 공장 및 기타 건축물의 해체로부터 발생’[v]하는 건설폐기물이다. 2017년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폐기물에서 ‘생활폐기물이 12.9퍼센트, 사업장폐기물이 39.8퍼센트, 건설폐기물이 47.3퍼센트’[vi]로 건설폐기물의 비중이 가장 크다. 쓰레기 매립장의 수명을 계속해서 단축시키고 있는 주범 역시 건설폐기물이다. 생활폐기물만 줄이는 것으로는 쓰레기 대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의미다. 따라서 쓰레기 문제는 ‘토건 문제’를 우회할 수 없다. 새로운 정부가 주택정책으로 ‘아파트 공급확대’를 천명한 바, 건설폐기물 발생이 폭증하여 쓰레기 매립장 수명은 더욱 단축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대표적인 철근 콘크리트 건축물인 아파트는 만들어질 때부터 철거될 때까지 인간과 환경에 지속적으로 해악을 끼친다. 먼저 콘크리트를 만들기 위한 원료인 ‘골재(모래와 자갈)’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산림과 해양생태계가 훼손된다. 현재 한반도에 남아있는 천연골재는 70여년치 정도다. 그 흔한 ‘모래와 자갈’이 무한하지 않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지만 진실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초고층 아파트는 도시경관을 훼손한다. 경관은 단순히 미관상의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이고 인권’의 문제임에도, 건설사들은 용적률을 높여 분양권 판매를 통한 개발이익을 취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아파트 거주민들이 자주 만성적인 정신질환과 피부질환(아토피)에 시달리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쓰레기로 만든 시멘트와 발암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콘크리트 혼화제가 아파트 건축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파트의 수명은 고작 20~30년 남짓이다. 30년 안에 현존하는 모든 아파트는 전부 철거되고, 재건축/재개발 절차를 밟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건설폐기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용적률을 높여서 끝도 없이 ‘올려 대는’ 것은 그들에겐 ‘돈’이요, 입주민들에겐 ‘집’이지만, 장기적으로 그것들은 전부 ‘쓰레기’이다.

희망적인 것은 건설폐기물은 그 양이 많고 종류가 다양한 대신, ‘환경에 미치는 유해성이 높지 않고 분리와 파쇄 등을 통해 재활용할 수 있다’[vii]는 사실이다. 건설폐기물을 재활용하는 한 방법은 그것을 ‘순환골재’로 가공하는 것이다. 순환골재란 건설폐기물을 분쇄한 후 화학처리한 것으로, 고갈되어 가는 천연골재를 대체할 수 있는 ‘재활용 건축자원’이다. 순환골재는 건설폐기물 매립비용과 천연골재 채취 비용을 줄이고, 환경피해도 감축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대안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순환골재는 본격적인 건물의 자재로는 쓰이지 못하고, 용도규정과 품질기준도 없이 ‘성토용 흙’으로만 재활용되고 있다. 그 결과 갯벌 성토 작업에 사용된 순환골재에 섞여 있던 시멘트 속 유독물질이 야생동물의 집단 폐사로 이어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건설폐기물 재활용 대책인 순환골재의 사용이 지지부진한 것은 건설폐기물 문제가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양쪽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순환골재를 환경부는 건설폐기물로, 국토교통부는 건설자재로 취급하여, 순환골재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제도적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i] 최병성. (2020). 『일급비밀: 쓰레기 대란이 온다』, p.41

[ii] Ibid p.70

[iii] Ibid p. 40

[iv] Ibid p.71

[v] Ibid p.221

[vi] Ibid p.219

[vii] Ibid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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