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뉴스를 이해하기 위한 배경지식 총정리

(이 글은 김수현의 <부동산은 끝났다>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음)

 

부동산 정책에 대해 논할 때는 항상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1) 재화의 특성

부동산은 소비재 중에서 생산기간이 가장 긴 재화로, 공급이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다. 따라서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 때문에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은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착각하여, 수요가 억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또, 부동산은 소비재인 동시에 투자재이다. 부동산은 희한하게도 사용할수록 입지나 개발여건(재건축)이 달라져 그 가치가 올라간다.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여 대출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이처럼 부동산은 일반적인 재화와 성격을 달리하기 때문에 다양한 특이현상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2) 주택보급률과 최저주거기준

정책당국은 주거복지 차원에서 항상 주택보급률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주택보급률이란 주택수를 가구수로 나눈 값으로, 2018년 기준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104.2%이다. (이 책이 쓰인 2011년을 기준으로 101%) 통계상으로는 거리로 나 앉는 국민은 없다는 것이다. 흔히 이 지표를 기준으로 주택공급이 충분한지, 부족한지를 따져볼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좌우를 막론하고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대해 우호적인 편이며, 다주택자가 민간임대주택의 공급자로 기능하기도 한다.

한편, 공급된 주택의 질을 파악하기 위해 ‘최저주거기준’과 ‘유도주거기준’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일본에서 선도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최저주거기준은 ‘1인당 거주면적, 가족 구성에 따른 적절한 평수’ 등을 고려한 지표이다. 유도주거기준은 더 나은 주거환경을 위한 ‘희망수준’을 의미한다.

 

3) 주택점유형태

전세계적으로 주택정책을 결정할 때 중시하는 것은 “자가 소유– 민간임대주택 – 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이다. 이 분포는 나라별 주거 사정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흔히 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이 높을수록 주거복지의 수준이 높은 것으로 보지만,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해서 논할 수는 없다. 20세기 이후 전세계적인 흐름은 민간임대주택의 비율이 줄어들고, 자가 소유가 확대된다는 것이다(민간임대 → 자가소유 + 공공임대 → 자가 소유).

한편, 세계적인 주택학자 케메니(Kemmeny)는 민간임대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의 격차수준에 따라 주택시장을 단일임대시장과 이중임대시장으로 구분한다. 단일임대시장에서는 민간임대와 공공임대의 차이가 크지 않아 둘이 거의 동일선상에서 운용되는 반면, 이중임대시장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이 빈곤층에 대한 주거복지의 차원에서 도입되어 민간임대주택과 단절되어 있다. 단일임대시장은 주택점유형태와 상관없이 격차가 크지 않다. 이중임대시장에서는 공공임대주택에 빈곤층이 격리되어 슬럼화되는 등 주택점유형태에 따른 격차가 크다. 케메니는 복지국가 시스템이 확고할수록, 사회집단간 타협(Corporatism) 수준이 높을수록 단일임대시장을 유지하기가 쉽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가격결정요인

부동산 시장의 추세는 장기적으로는 산업구조와 인구의 변화에 따라 결정되지만, 단기적으로는 유동성과 정책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런데 부동산시장 과열국면에서 추가공급을 결정한 것이 뒤늦게 균형에 반영되어 주택의 과잉공급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것이 이른바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10년 주기론’이라는 식으로 불리는 부동산 시장 추세 결정의 중기적 요인이다.

 

부동산 가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지표는 PIR(Price Income Ratio,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이다. 가구의 연평균 소득으로 집을 사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지표이다.

 

부동산 정책의 방향

저자는 세계 주요 국가들(영국, 독일, 일본, 미국, 싱가포르, 북유럽)의 주택정책을 비교하며 ‘진보적인 주택정책’의 방향을 제시한다. 핵심은 민간임대주택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자가소유 비율이 높은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높은 자가소유 비율은 글로벌 – 후기자본주의 환경에서는 오히려 불안정성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무리한 자가 소유를 유도한 결과였다. 자가소유의 기반이 되는 모기지 대출은 안정적인 소득과 일자리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경제구조가 고도화되며 고용불안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고용 안정이 담보되지 않는다. 상승장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가 정체기에 들어서서 상환금에 허덕이는 ‘하우스 푸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 ‘가구원 수가 줄어들고 직업 이동성이 높아지며, 이주노동자가 증가하는 현상’은 자가 소유 체제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가 소유비율의 증가는 선진국들의 대체적인 추세이다.

 

공공임대주택 역시 가장 강력한 정부의 개입이라는 측면에서 복지국가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현실적으로 1970년대 이후 재정적자로 인해 복지국가의 쇠퇴 추세가 뚜렷하고, 공공임대주택이 야기하는 사회적 격리, 배제의 부작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공공임대주택은 빈곤층의 주거안정이라는 측면에서 명백한 효용을 가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세계적으로 주택정책 논의에서 중요시되는 것은 삼자 사이의 ‘균형’이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실수요 주택시장으로 체질이 개선되어야 하며, 건전한 다주택자가 민간임대부문의 공급자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는 등 임대차제도를 ‘현대화’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최근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실제로 반영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실제로는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이어져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임대차 3법)

 

저자가 책의 말미에서 제안하는 부동산정책의 큰 룰은 다음과 같다. 먼저 ‘내 집이 아니어도 편히 살 수 있어야’한다. 현실적으로 전국민이 자가를 소유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자가 소유 비율의 확대는 역사적으로 ‘고도성장기, 고용안정기, 복지국가 팽창기’에 발생했던 현상이다. 고용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동성만으로 무리해서 자가를 소유했다가, 부동산가격의 급등과 급락에 따라 경제전체가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은 적절한 입지에 유형별로, 지속적으로 공급을 늘려야 한다. 한편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민간임대주택 영역의 ‘근대화’이다. 우리나라의 민간임대주택은 공적인 통제로부터 너무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다주택자’를 ‘민간임대주택공급자’로 바라보는 ‘관점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살지 않는 주택’은 모두 신고·등록하도록 해야 하며, 계약 갱신청구권, 임대료 인상 제한, 임대소득세 부과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두번째로 ‘시장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규범과 원칙’을 가져야 한다. 건설업에 의존해서 경기부양을 시도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세금은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는 합의를 준수하고, 증세의 차원이 아니라 보유세-거래세 간 비율 조정의 차원에서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임대소득세와 양도세는 양자 간 ‘빅딜’이 필요하다. LTV, DTI 규제는 경기부양 차원이 아니라 가계와 은행의 건전성이라는 원칙하에서 바라봐야 한다. 개발이익환수 역시 사회적 합의로서 정착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싼 집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서민-빈곤층의 주거안정을 위함이다.

 

부동산 정책수단 6가지

한국의 부동산은 한 집안 재산의 80%가량을 잠식하고 있는 자산이므로 그 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하락은 엄연한 사회문제이며 이를 남에게만 맡겨 놓을 수 없으니 ‘모두가 부동산 전문가’일 수밖에 없다. 특히 부동산은 특수한 재화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재화보다도 정부의 개입과 그에 따른 영향이 지대하여 정치와 떼 놓을 수 없다. 정치적 지향에 따라 선호하는 정책수단이 다르다. 시장주의자들은 늘 공급부족론을 내세우며 재건축 규제완화와 그린벨트를 해제할 것을 요구한다. 진보주의자들은 분양가상한제와 원가공개, 후분양제를 내세운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선호하는 정책들만 모아서 실시한다고 해서 이상적인 주택정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부동산 선동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건설업을 통한 경기부양은 안된다. 부동산 세금의 원칙을 정하고 흔들림없이 추진한다. 가계와 은행의 건전성을 지키는 것은 부동산 경기보다 우선하는 가치이다. 본인의 노력에 의하지 않은 개발이익은 공공과 나눠야 한다”는 네 가지 원칙 아래에서, 나머지는 시장상황에 맞게 정부가 적절히 결정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네 가지 원칙이 이미 저자의 ‘이념’이 반영된 ‘선동주의’는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1) 도시계획, 공공택지(신도시)

정부는 도시계획에 대해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계획고권). 법률로 정해져 있는 토지의 용도를 변경할 수도 있고, 건물을 얼마나 높이 올릴 수 있는지도 결정한다(용적률). 신도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강제적 토지수용이 필수적인데, 택지개발촉진법은 사실상 이를 위해 마련된 법률이었다. 1기 신도시는 1990년~1995년에 분당, 평촌, 일산 등에서 건설되었다. 1기 신도시는 양질의 주택공급이라는 차원에서 적절한 공급이었다. 5대 신도시 건설 이후 서울 인구는 정체 국면에 들어섰고, 주택 가격도 상당기간 안정을 보였다. 2000년대에 다시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자 공급확대책으로 위례와 판교를 비롯해 12개 신도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신도시를 짓지 않으면 소규모 주거단지 개발이 확대돼서 난개발로 이어지므로 신도시 건설이 환경친화적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는 일부 미분양사태도 발생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기존 시가지의 도시재생(뉴타운, 재개발, 재건축)에 더 관심이 있었고 신도시 추진은 사실상 중단하려고 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집값 대책으로 2018년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한다. (이 책의 저자는 대체로 참여정부를 방어하는 입장이기 떄문에 2기 신도시에 대해 우호적으로 서술한다) 신도시는 베드타운화 우려가 있고, 교통 대책이 없을 경우 직장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그렇지만 수도권 광역전철망 등으로 연결된다면 신도시는 여전히 신속한 주택 공급대책으로 효과적이다.

 

2) 재개발 · 뉴타운

낡고 노후한 공간을 개발하는 도시재생사업은, 사람이 사는 공간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늘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재개발은 80년대초 판자촌 철거재개발로 시작해서, 2000년대초에는 저층단독주택(뉴타운)과 노후아파트(재개발)를 대상으로 계속됐다. 특히 2008년 총선은 강남의 개발이익에 대한 강북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뉴타운으로 보상받고자 하는 ‘욕망’의 선거로 변질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용산 참사였다. 재개발과 뉴타운 사업은 대부분 소형주택을 중대형 주택으로 바꾸는 방식이기 때문에 서민주택이 사라지고 원거주민의 재입주율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특히 재개발이 용적률을 높이고 개발이익환수율을 낮추어 지나치게 상업적인 방식으로 추진될 경우 재개발은 서민의 주거지를 빼앗아서 건설사와 상위계층에게 넘겨주는 착취로 전락할 것이다(그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재개발, 재건축 실무의 영역임). 현재와 같은 전면철거방식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따라서 재건축과 재개발은 자율갱신, 수복재개발, 소단위점진적 재개발, 리모델링 등 그 방식을 다양화하는 한편, 공공관리자제도나 세입자 대책을 실질화 하는 등 공공의 통제를 받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3) 공공임대주택

우리나라의 첫 공공임대주택은 1989년에 도입된 영구임대주택이었다. 당시 재개발 지역의 세입자대책 차원에서 마련된 재개발임대주택 등이 포함되었다. 1993년에 중단됐던 국민임대주택을 본격적으로 공급하기 시작한 것은 참여정부였고, 이명박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대신 분양형 임대주택인 보금자리 주택과 오세훈 시장의 장기전세주택(시프트) 등을 공급했다. 시프트 주택은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개선과 지방정부 차원의 주택공급 시도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지만, 애초에 ‘중산층에게 싼 가격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취지의 공급이었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수요는 충당하지 못했고, 또 실제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다. 공공임대주택은 그것을 공급할 땅과 자금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자금의 경우 정부는 10~20%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LH와 국민주택기금 대출에 전가하는 식이다. 또, 지방이나 외곽도시 이외에 수도권 대도시에는 공공임대주택을 건립할 땅도 없다. 선진국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의 사회적 격리효과가 심각하다.

 

4) 아파트청약, 분양가

신규아파트 시장은 아마도 정부 개입이 가장 극단적으로 많은 시장일 것이다. 20만호 이상의 주택이 신규 공급되면, 판매자는 살 사람도 마음대로 정할 수 없고(청약제도), 판매시점도 정할 수 없으며(선분양/후분양), 일정 기간 동안 되팔 수도 없고(전매 금지), 가격도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분양가상한제).  신도시의 경우 시작 단계에서 토지의 대규모 강제수용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택지개발촉진법)

 

5) 전세 및 부동산 금융

전세제도는 과거 개발독재시절, 고금리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성립한 일종의 민간대출제도이다(개발독재시절에는 가계대출이 거의 해주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집을 살 때 은행대출이 적은 편인데, 그 이유가 바로 전세제도 때문이다. 집값이 꽤 떨어지더라도 ‘우리나라 특유의 전세제도와 가족 지원 관행이 부동산 시장의 안전판을 유지하게’ 할 것이므로 금융부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계의 원리금 상환부담은 적은 편이 아니며, 우리나라의 경우 생업 및 사업자금을 주택담보대출로 융통하는 관행이 있어 금융규제 문제는 간단하지 않은 문제다. 한편, 전세 시장은 고가 전세 시장과 중저가 전세시장이 이원화되어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 고가 전세시장의 경우 집값의 상승이 전세가 상승을 유발하고, 이것이 다시 집값의 상승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중저가 전세시장은 대부분 월세로 전환되는 추세인데(전세제도 자체가 집값 상승을 전제로 하는 제도이므로, 중저가 주택이나 지방은 전세 매물이 거의 없다), 이에 따른 ‘선진국형 임대차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6) 세금 제도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선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에 광범위한 합의가 있다. (우리나라의 보유세는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부세로 이원화되어 있다) 그러나 보유세를 높이는 것에는 강력한 반발이 뒤따른다(세금폭탄론, 편가르기론, 포퓰리즘론). 한편, 부동산 매매 시 발생하는 시세차익에 대해 매기는 ‘양도소득세’는 불로소득 환수의 의미가 있지만 늘 논란의 대상이다. 대표적인 것이 동결효과이다. 높은 양도세율이 고가 주택을 매물로 나오지 않게 하고, 상승장에서는 양도세 부담이 구매자에게 전가되어 오히려 집값을 올린다는 주장이 있다. 우리나라는 주택에 대한 임대소득세는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는데, 이는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의 비율이 높아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것이 다른 세금(양도세와 보유세)이 강화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임대사업자 등록제도 등을 통해 국내의 민간임대시장이 근대화되어 임대소득세 부과가 제대로 실현된다면 다른 세금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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