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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2. 13. 22:05

한국에서 “데이터 저널리즘”은 가능한가?

한국에서 “데이터 저널리즘”은 가능한가? – ‘나쁜 이대남 그래프 논쟁’을 중심으로 1. 분야를 막론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 및 현상 분석이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저널리즘 영역에서도 데이터를 활용하여 사실을 전달하는, 이른바 ‘데이터 저널리즘’을 구현하고자 하는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식 컨텐츠 스타트업’을 표방하는 ‘언더스코어’와 SBS 탐사보도 팀 ‘마부작침’이 데이터 저널리즘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으며, 한겨레, KBS 등 기성 미디어도 외부 전문가와 협업하여 도출해낸 데이터 분석결과를 보도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여기엔 이른바 ‘데이터 민주주의 시대의 도래’라는 범 시대적 맥락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국가 및 지자체가 축적한 행정데이터를 ‘공공데이터’라는 이름으로 공개하고, R..

2022. 8. 26. 06:52

안병진,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 바이든 시대 미국 정치

저자는 기후위기와 포퓰리즘 및 새로운 세대(MZ)의 부상으로 인한 ‘뉴노멀’ 시대에는 과거와 같은 구도로 미국정치를 해설할 수 없음을 먼저 지적한다. ‘진보적인’ 민주당과 ‘보수적인’ 공화당으로 양분된 미국의 정치구도에 대한 기존의 설명 틀은 이른바 ‘유권자 재편성론(Voter Realignment theory)’이었다. 중대선거를 계기로 유권자분포가 재구성되면서 정당체계도 바뀐다는 이 설명은, 루즈벨트 당선을 계기로 미국 민주당이 지금과 같은 진보적인 정당으로 변모한 사실을 적절하게 설명한다. 그렇지만 ‘혼돈의 시대’인 지금은 다른 설명이 요구된다. 기후위기로 인해 화석연료에 의지하던 자본주의는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유지되기 어려울 전망이고, 포퓰리즘 세력의 등장으로 의회 민주주의가 위협받기 시작하면서..

2022. 8. 25. 23:23

김종영,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읽고

개인적으로 김종영 교수(이하 존칭 생략)의 애독자이다. 그는 이철승 교수와 함께 한국사회의 중요하고 논쟁적인 주제에 대해 현역 사회학자로서 회피하는 기색 없이 ‘정면승부’하는 탁월한 비판적 지성인이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은 연배도 비슷하다. “지식과 권력 3부작(『지배 받는 지배자』, 『지민의 탄생』, 『하이브리드 한의학』)” 다음으로 김종영이 관심을 기울이는 주제는 ‘교육사회학’이다. 이전에도 강준만(“서울대의 나라”)이나 김상봉(“학벌사회”) 같은 ‘대학교수’들이 학벌문제에 대해 개탄하는 목소리를 낸 적은 있었지만, 대부분 학벌이 갖는 ‘지위재’로서의 성격을 강조하는데 그쳐 구체적인 대안을 도출하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김종영은 대학 학벌의 ‘지위재’로서의 성격에 충분히 주목하는 동시에, 현대 지식자..

2022. 3. 18. 15:55

환경사회학 개론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환경사회학』(찰스 하퍼)에 기초하여 작성) 1. 환경사회학이란 무엇인가 ‘환경사회학’을 정의하기 위해선 먼저 근대적인 ‘자연과 문화의 이분법’에 대해 재사유해야 한다. 근대인은 사회문화현상과 자연현상을 분리해서 사고하는데 익숙하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문화-사회제도-사회구조-사회연결망 등과 같은, 자연환경으로부터 독립적인 ‘문화영역’을 향유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자연환경의 영향에 종속된 존재가 아니라는 사고방식이다. 고전사회학 자체도 생물학적 결정론(biological determinism)을 배격하면서 발달한 바 있다. 고전사회학이 등장한 것이 산업사회의 태동과 시기적으로 겹치는 것은 우연이 아닌데, 고전사회학이 전제하고 있는 ‘근대적 이분법’은 곧 초기 산업사회의 지배적인 ..

2022. 1. 1. 17:20

김시우 外, <추월의 시대>를 읽고

한국은 후진국인가? 한국정치는 논평자들에게 너무나 많은 근현대사 지식을 요구한다. 문제는 이 근현대사가 아직까지 제대로 합의된 적도 없다는 사실이다. 논평자들은 합의된 적조차 없는 역사에 대해서 ‘입장을 밝힐 것’을 강요받는다. 그리고 입장을 섣불리 밝혔다가는 ‘좌빨’ 아니면 ‘수꼴’로 낙인 찍힌다. 민주화 세대를 긍정하기 위해서 주사파까지 긍정할 것을, 산업화 세대를 긍정하기 위해서 유신헌법까지 긍정할 것을 강요받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합의된 적이 없다는 것은 근현대사의 두 당사자인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에게만 그렇다. 이 책의 저자들인 80년대생을 포함한 2030세대는 당사자가 아닌 ‘후세대’로서 역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여유’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는 서로..

2021. 12. 26. 20:06

[서평]『프로보커터』 - 김내훈

‘프로보커터’는 주목경제(Economics of attention, 마이클 골드하버) 시대의 산물이다. 인터넷 세상 속에서 정보는 무한에 가까운 반면, 소비자의 ‘주목(관심)’은 한정되어 있어 어떻게 해서든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것이 주목경제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주목경제’는 소비자의 눈길 한번이 실질적인 ‘장사’의 의미를 갖는 시대를 표상한다. 프로보커터는 주목경쟁을 위해 사회적 금기를 넘어서는 엽기적인 퍼포먼스나 특정 집단에 대한 황당무계한 도발을 일삼는 인플루언서들, 그 중에서도 모종의 정치적 색깔을 가미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전위적인 문화적 퍼포먼스를 통한 정치적 저항은 원래 좌파문화정치의 기획이었다. 그러나 위반의 쾌락 자체를 동력으로 하는 이들의 전략은, 시..

2021. 12. 23. 17:23

중동 문제 완전정복

(이 글은 박정욱의 『중동은 왜 싸우는가?』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음) 중동은 세계사 공부를 할 때 섭렵하기 가장 난감한 ‘최고난이도’의 지역이 아닌가 싶다. 역사 자체가 길고,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이 한 두 군데가 아니며, 등장하는 민족도 여럿이다. 게다가 그들의 주된 이념인 이슬람주의는 보통의 한국인에게는 낯설기 짝이 없다. 흔히 언론이 중동 관련 뉴스를 다루면서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에 대해 설명해주겠다고 무려(!) 그 시작인 4대 칼리프의 계승 문제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문제는 그것만 다루고 갑자기 오늘의 중동 뉴스로 점프한다는 것), 이는 사실 난센스다. 수니파와 시아파가 갈라진 것이 지금으로부터 1300여년 전인 것은 맞지만, 현재 중동이 겪고 있는 고통의 역사적 기원을 이해하는 것이 공부의..

2021. 12. 23. 17:05

홍콩 민주화 운동의 바람직한 방향

90년대 왕가위 영화의 묵시록적인 분위기는 어디서 온 것인가? 그것은 1989년 중국 본토의 천안문 학살을 목도한 홍콩시민들이 느꼈던, 자신들이 그와 같은 야만적인 체제에 편입되게 될 ‘8년 뒤’에 대한 불안과 체념의 반영이다. 천안문 사건 이후 많은 홍콩 시민들은 영국, 미국, 캐나다 등 서방국가로 ‘탈출’을 감행했지만, 그럴 여력이 없었던 이들은 홍콩에 남아있어야 했다. 왕가위의 90년대 영화들의 근저에는 이들 잔류자들의 ‘자포자기의 정서’가 놓여있다. 홍콩의 정서는 아이러니 그 자체이다. ‘홍콩 정체성’은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친중과 친서방을 진동하며 성립되었다. 홍콩의 역사는 1840년 아편전쟁으로부터 시작한다. 아편전쟁의 결과 홍콩은 제국주의 영국의 손에 넘어갔고, 그 후 1997년 반환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