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의 존재론(『그래도 우리의 나날』 (시바타 쇼))
Posted by 장기균형
오하시와 세쓰코의 약혼은 체념의 결과였다. 오하시가 단념한 것은 내면의 공허감 자체였다. 그는 공허를 채우기 위해 방탕한 여성편력을 일삼았는데, 상대방 중 한명인 ‘유코’의 자살을 계기로 죄의식에 시달리며 ‘수시로 파트너가 바뀌는 연애를 끊고’ ‘충실한 생활’ 대신 ‘내실 있는 생활’을 구축하기로 한다. ‘충실한 생활’이 내면의 공허감을 마주하고 그것을 무엇으로든 채우는 삶이라면, ‘내실 있는 생활’은 공허감의 존재를 무시한 채 그럴듯한 사회인으로 복무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세쓰코는 대학교 선배 ‘노세’로 상징되는 혁명적 열정에 대한 단념의 결과 동네 친구였던 오하시를 약혼 상대로 결정한다. 혁명적 열정에 대한 단념의 직접적 계기는 일본 공산당이 무장투쟁 노선을 포기하고 사회민주주의로 전향한 ‘육전..